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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상영
제목 미깔시럽다
작성일 2023-08-25 13:12
조회수 489

 

  수필을 쓰다 보면 은근히 먹물을 자랑하게 된다. 한자나 영어를 끼워 넣는다거나 얻어들은 고사古史를 슬쩍 인용한다. 고급 언어를 동원하면 ‘있어 보인다.’ 독자가 보기엔 밉상임이 분명하다.

  올해는 고추 농사가 잘되었다. 어느 지역은 홍수가 휩쓸었고, 탄저병으로 전멸한 이웃도 있다. 그 아픔에도 불구하고 자랑하는 격이다. 소뿔따구니, 뻐덕뻐덕하다느니, 건조기가 쉴 틈이 없다는 것 또한 그 짝이다. 저장고마다 쟁여둔 묵은 고추나 중국산 고추가 햇고추에 소리소문없이 뒤섞일 것이다.

‘나는 착하고 순진합니다. 더구나 명색이 글을 쓰는 터에….’

이문 밝히는 장사꾼들을 들먹인 까닭 또한 내 자랑이다.

 

  ‘근도 낫게, 가격도 착하게!’

올해 내세운 슬로건이다. 이 많은 고추를 어이 하나. 남은 모종이 아까워 500포기나 더 심자고 한 아내가 원인이고, 못 이긴 척 동조한 내가 화근이다. 무슨 소리를 늘어놔도 배부른 비명으로 비칠 테니 미깔스럽긴 매일반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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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영 2023-08-25 13:16:34 
문화원 게시판에 고추 자랑을 하게 됐습니다.
미깔스러운 짓은 하지 앉아야겠다는 얘길 하고 싶었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