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김상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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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의성문인협회 신임회장 인사드립니다. |
작성일 | 2015-05-31 15:37 |
조회수 | 495 |
취임사
김상영
쉴만하면 결혼식이다 초상이다 해서 고단하실 텐데, 황금 같은 휴일임에도 귀한 시간을 주셔서 참 미안하고, 정말 고맙습니다. 제가 이런 영광스런 자리에 서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어설픈 농사꾼입니다. 바쁠 땐 바빠도 노는 날이 많습니다. 두세 달 일해서 1년을 먹고 살지 않나 싶습니다. 사시사철 근무하는 분들에 비하면 그만큼 수입이 적지만, 행복의 요건은 여러 가지입니다. 일만 끙끙하던 어른들은 일찍 세상을 뜨거나, 고장 난 분이 많으십니다.
글도 마찬가지 아닌가 싶습니다.
밤낮으로 창작에 몰두한 작가들은 일찍 죽었습니다. 동백꽃을 쓴 김유정은 스물아홉에 폐결핵으로 요절했고, 진달래 꽃의 김소월은 서른셋에 아편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암을 앓으면서도 혼신을 바쳐 혼불을 쓰던 최명희 소설가는 쉰둘에 세상을 떴습니다. 드라마 대본 작가들은 죽기 아니면 까무러지기로 쓰고, 연재소설가 들은 마감시간에 쫓겨서 머리를 쥐어뜯는 답니다. 이러니 일찍 죽거나 빨리 늙기 마련입니다. 이런 치열한 반열에 속하지 않는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부초처럼 떠돌다가 귀향하니 아내도 좋고, 저도 좋았습니다. 연평해전 현장 그 긴박한 교전을 거쳐 천안함을 비켜선 삶이기에 그만큼 더 행복했습니다. 카페나 문학지에 시골살이의 애환과 신변잡기를 얘기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습니다. 회장 감투를 쓰게 된 겁니다. 자유분방한 모임과는 그 격을 달리하는 엄중함이 저를 구속합니다. 이문을 취하거나 명예를 추구하는 삶은 고되기 마련입니다. 그런 삶은 그만하고 싶었습니다.
문학이란 인간을 인간답게 하고, 거친 심성을 순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고장에서의 이러한 역할은 의성문협이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만, 이런 훌륭한 단체를 꾸리기에 저는 자격이 모자란다고 생각합니다. 저마다의 역량과 성정과 그릇이 있습니다. 자기만큼 자신을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머리는 짧고, 옷차림도 자유분방하여 품위는 뒷전이니 회장감이 못 되는 것이지요. 조직의 핵심은 사람입니다. 고향 떠난 수십 년 세월 탓에 저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고, 문학동네를 잘 모릅니다. 두루 부족하고 모자랍니다. 그렇다고 마냥 물러설 수 있나, 아하~ 고사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저는 국가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입니다. 이제는 봉사함으로써 보답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란 말이 있습니다.
장효식 회장님이 닦아 놓으신 탄탄대로를 즐겨 뛰겠습니다. 시화전, 백일장, 문학기행 그리고 문학지 출간에 더하여 회원의 확충에 힘쓰겠습니다. 우리 고장에는 독서회 등 문학과 관련한 단체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귀농인 중에는 문학에 소양이 있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런 분들과 문학기행 등 행사를 함께 함으로써 유대를 강화하고, 문인으로의 활동을 권유하겠습니다. 또한 합평회를 통하여 서로를 독려함은 물론, 긴장을 유지토록 하겠습니다.
우리 문인협회가 30년을 면면히 이어오고 있음은, 선배 문인 여러분이 애쓰신 덕분인 줄 압니다. 김창호 교육장님처럼 매니아는 아니지만, 조깅을 즐기는 저는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가 주인이자 동반주자입니다. 부족한 회장이 바톤을 이어 받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애정과 사랑으로 감싸 주시고, 동참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못하면 채찍을 주시고, 잘하면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심부름꾼으로서, 또는 대변인이자 리더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날이 날이니만큼 저도 시 한편 낭송해 올리겠습니다.
풀꽃 / 나태주
이름을 알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면 연인이 된다.
앗, 이건 비밀
그렇습니다. 서로를 안다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오늘은 의성문인협회와 또 이렇게 인연을 쌓았습니다. 잊지 말고 사랑해 주십시오.
끝으로, 큰 발전을 이루시고 홀가분히 짐을 내리시는 장효식 회장님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멋진 공연으로 분위기를 띄워 준 연주단과 사랑하는 낭송회 여러분 대단히 고맙습니다. 귀한 시간 내셔서 자리하시고, 축하해 주신 여러분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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